농촌마을 공동체문화의 가치와 활용


공동체의 정의와 이해

2020. 9. 23 오후 6:01

공동체에 대한 이상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해왔으며, 어떠한 것이 이상적인 공동체인가를 정의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규정되어 왔다. 이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가 맺고 있는 관계가 고착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학자에 따라 공동체라는 용어가 포괄적이고 다양하게 사용 되면서 다소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기와 집단을 동일시하는 소속감과 공동 목적을 추구하는 일체감, 그리고 자발적 참여의식과 전인격적인 인간관계 등에 기초해 형성된 집단을 의미한다.

최근 그 형성 배경과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 개념이 대두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내부 구성원 상호간의 긴밀한 인간관계와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신명희(2000)는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는 사회적 힘 또는 사회적 결속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현대사회에서 거론되는 공동체는 집단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넘어선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즉 공동체는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으로서 어떤 특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즐겨 쓰는 용어로 공동체를 집단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는 비교적 높은 정도의 사회적 응집력을 요구하는 특징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공동체는 과거에 비해 구성원간의 관계가 느슨하고 개방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비중이 높다고 주장한다.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이를 토대로 강한 결속력이 요구되는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는 해체되어가는 추세이다. 이와 유사하게 이해준(2009)는 오늘날 공동체의 특징을 “전통사회와 현대사회의 차이에 있어 과거에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했지만 최근 통신 기술 발달로 이런 중요도가 낮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리적 범위가 확장되고 대면접촉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지역민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줄고 관계의 밀도도 줄어들었다고 정리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공동체적 협력이 아닌 기능적 분업 관계 속에서 물질적으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사회적 소속감을 점차 잃어버리고 삶의 공간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공동체성 상실은 구조적으로 초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농촌 지역의 상황 역시 이런 변화에 예외일 수 없다. 변화의 속도라는 차이만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농촌은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생활환경, 의료, 복지, 교육 여건 등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개발사업이 공모사업 위주의 관 주도 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위한 주민 역량 강화나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담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고 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어지면 대개 없어질 일자리와 사업들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따라서 지역을 기반으로 자립할 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 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상적 공동체 유형을 정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우선 특정한 구성원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구성하고 실천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