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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문화적 창조기술
ISBN/ISSN
9788948050233
발행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행인
국립농업과학원장 이진모
발행일
2017-11-30
저자
  • 정명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김상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윤순덕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양예숙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서경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김태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종수정
2023. 2. 10 오전 11:59
등록
admin(관리자)

전통시대의 마을은 농업을 근간으로 하여 공동체적 가치가 구현되는 삶의 근원적 토대였습니다. 생업과 의식주, 의례와 놀이 등 삶의 모든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는 전체성의 공간이었습니다. 반면에 현대의 마을은 전통적인 공동체가 변형되고 해체되고 소멸되면서 개별화된 만남이 중심이 되는 익명성의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더구나 마을공동체가 와해되면서 그 활동의 산물인 전통문화와 유물 역시 위협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을신앙의 중심이었던 서낭당, 당산나무, 돌탑, 장승, 솟대, 입석 등은 종교적 의미를 상실한 채 마을의 중심에서 밀려나 후미진 곳에 방치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일생의례와 함께 해왔던 상여, 가마 등의 의례용구와 복식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물을 비롯해 물레방아, 연자방아, 섶다리 등 생업과 생활 속에서 마을주민들이 공유해왔던 시설물들도 오래 전에 마을 공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고단한 삶의 여백이 되어주었던 들돌, 그네, 널뛰기, 윷, 고누, 투호 등의 놀이도구들도 어디론가 사라졌거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면서 공동체문화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가치마저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래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간의 더께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공동체문화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예비해둔 미래의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사회를 유지해온 마을공동체와 그 문화적 산물은 현대사회에서도 농촌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어느 시대든 가장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래서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있었고 20세기에 정보혁명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문화콘텐츠는 농업시대의 토지나 공업시대의 지하자원 같은 공간자원이 아니라 시간에서 자원을 가져옵니다. 공동체문화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잔존문화에 불과하지만 역사와 기억, 이야기와 삶의 흔적 같은 시간자원을 세월의 더께만큼 켜켜이 쌓아왔습니다. 공동체문화와 그 산물은 그 자체로 문화콘텐츠 원형자원입니다. 신화, 전설, 민담 등 독특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가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만들어진 문화콘텐츠는 농촌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지역 특산품이나 농산물을 구매하게 하고 마을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 다시 찾아오게 합니다. 공동체문화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은 활용에 있습니다. 이는 농촌관광, 농촌체험, 전통문화교육, 마을축제 등에 활용할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실현됩니다.

이 책이 압축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성장 중심의 개발과 소비 중심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그 동안 외면해왔던 공동체문화를 되돌아보는 따뜻한 시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후미진 곳에서 풍찬노숙해온 전통유물들에게도 한 줄기 햇살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