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공동체문화의 가치와 활용


칡넝쿨줄과 들돌_전남 담양군 무정면 동강리

2020. 10. 5 오후 4:57

마을 현황

  • 세대와 인구: 35가구 75명.
  • 역사와 유래: 무정면은 담양군의 남동부에 있는 면으로 고려 때 정석부곡이 있었다. 1912년 담양군 무면과 정면이 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거쳐 1918년 무정면으로 되었다.101) 면의 북, 동, 남부는 해발고도 300m 내외의 구릉성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를 영산강의 지류인 오례천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면서 유역에 좁고 긴 평야를 이룬다. 동강리 강정자마을은 1690년 무렵 조선 연종 때에 형성되었다. 마을 앞으로 오례강이 흐르고 있어 동강리로 불렸으며, 시간이 지나 마을에 오례강과 정자가 있다 하여 강정자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주요 소득원: 벼농사를 지으면서 하우스를 활용하여 토마토, 딸기, 멜론을 재배하고 5∼6가구는 축사에서 소와 돼지를 키워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 마을의 특징: 동강리의 서쪽과 북쪽으로 오례천이 흐른다. 쌍동거지들, 새터들, 중고보들 등 많은 들이 있어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인다. 이 마을에 서는 어른을 존중하는 미풍양속이 잘 전승되고 있는데 마을 대소사를 처리할때 어른에게 자문을 구하며 어른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마을 일과 행사는 강정자마을 노인회에서 총감독을 하고, 청년회에서는 행사 진행과 실질적인 일을 도맡아 한다. 부인회에서는 먹을거리 장만을 한다. 백중날 행사 때 이장을 중심으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단합되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 전통유물 전승실태

[마을 민속과 문화 환경]

강정자마을은 현재도 산 밑의 전답을 파면 물이 나오고, 마을 앞에 보이는 화봉산에는 배를 매어두던 뱃머리 돌이 있다. 백중날 민속행사로 칡넝쿨줄다리기, 들독 들기, 윷놀이 등이 전한다. 현재 강정자마을에서는 동제를 지내지 않고 있다. 줄땡기기(줄다리기)놀이에서도 제의를 지내지 않는다. 하지만 줄을 덩글 때(꼴 때) 당산목에 걸쳐서 덩글고, 마을에 300년 이상 된 당산목이 있는 점을 미루어 당산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줄다리기의 원형복원을 통해 마을 공동체 유산으로 전승하고자 하는 마을주민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칡넝쿨을 덩그는 작업이 끝나면 마을로 줄을 옮긴다. 줄을 옮기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를 ‘줄나르는 소리’라 한다. 소리에 맞춰서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마을에 소리를 잘하는 노인 2명이 정자에 앉아 메기고 받는 소리를 불러준다. 실제 줄을 나를 때 이들이 앞에 서서 메기는 소리를 하고, 나머지 동네사람들이 받는 소리를 한다. 4음절을 기본으로 4, 4조 가락에 맞춰 가사를 변경해가면서 충, 효, 애의 내용을 가사로 만들어 부른다. “가세가세 어서가세 / 동네사람 다모였네 / 저기가는 저사람들 / 여기와서 줄땡기소 / 이줄땡겨 풍년들면 / 선영봉양 하여보세 / 나라에는 충성하고 / 부모에게 효도하고 / 형제간에 우애하고 / 우리모두 힘을모아 / 줄땡기소 줄땡기소 / 우리가 이기면풍년 / 가세가세 어서가세 / 남녀노소 어서가세”의 가사로 되어있다.

대보름 행사로는 달맞이(달집태우기)놀이를 한다. 대부분의 지역이 음력 대보름에 행사를 벌이는 것과 달리 강정자마을에서는 책력을 보고 달이 제일 큰 날을 택해서 달맞이 행사를 한다. 예를 들어 달이 17일 새벽 3시에 가장 밝으면 17일 밤으로 날을 정해서 달맞이 행사를 한다. 달집은 대나무를 베어다 안쪽에 기둥을 세우고 겉에는 짚과 허름대로 둘러싼다. 예전에는 마을 집집마다 짚이나 대나무, 허름대, 고춧대를 내놓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풍물패가 앞장서서 풍장을 울리며 놀다가 달이 떠오르면 달집에 불을 놓는다. 달맞이 행사에도 제의는 올리지 않는다.

[공동체 민속 유물]

  • 칡넝쿨줄: 줄다리기는 한 마을 혹은 여러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로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지역에서 대부분 행해지는 놀이였다. 짚이나 칡넝쿨을 재료로 줄을 만드는데, 강정자마을은 칡을 이용하여 줄을 만든다. 백중(음력 7월 15일) 하루 전인 양력으로 8월 16일에 마을 앞 오례천을 따라 마을 남자들을 중심으로 칡줄 걷기에 나선다. 둘이나 셋이 한 조가 되어 서너 팀이 걷어 들이는 칡넝쿨이 줄다리기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거두어들인 칡넝쿨은 한 움큼씩 가지런히 묶어 당산나무 앞에 모아놓는다.
    줄을 덩글기(주민들은 줄을 꼬는 것을 ‘줄을 덩근다’고 한다) 위한 기초 작업으로 당산목에 튼튼한 밧줄이 걸쳐지고 그 밧줄 끝에 칡줄 가닥을 연결하면서 줄의 시초가 되는 머리 부분부터 만든다. 줄은 세 가닥으로 덩그는데 각각 한 사람이 하나의 줄을 잡고 동시에 세 가닥의 줄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만들어 나간다. 가닥의 중심에는 지휘를 하는 한 사람이 중심을 잡고 선다. 줄에 밥을 대주는 사람 2∼3명이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칡줄이 짧아지거나 가늘어지면 빠르게 칡넝쿨을 집어다 준다. 이 과정을 “밥을 넣어준다” 또는 “밥을 대준다”고 한다. 3∼4년 묵은 칡넝쿨은 굵고 튼튼해서 길게 갈라서 사용한다. 칡줄을 덩그는 작업은 온몸으로 힘을 쓰기 때문에 체력이 쉽게 고갈되어 두세 바퀴를 돌고나면 교대를 한다. 몸으로 줄을 덩근다는 말이 실감이 나듯 두세 바퀴를 돌고 난 장정들의 입에서 단내가 풍긴다. 줄의 길이가 늘어남에 따라 줄을 당겨주는 사람의 수도 증가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힘에 부치는지 정자의 굵은 기둥에 걸어서 10여 명이 줄을 틀었다. 이 광경에 마을 이장이 정자 기둥뿌리 뽑힌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줄은 세 사람의 호흡과 균형이 맞아야 제대로 꼬아지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세 사람의 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줄이 튼튼하게 꼬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줄의 길이는 일자형으로 50m 정도 된다. 줄덩그는 일이 끝나면 ‘줄땡기기’를 하는데 줄을 마을회관으로 옮겨 회관 앞에서 줄땡기기를 한다. 아래뜨미(아래뜸) 1반 사람들과 우뜨미(윗뜸) 2반 사람들이 모여 함께 편을 나누는데, 남자와 여자로 편을 갈라서 세 판을 겨룬다. 승리는 여성 쪽에서 가져가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여성이 승리할 수 있는 요인으로 첫째, 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남자는 20명으로 조건이 제한되고 여성은 몇 명이 되든지 개의치 않는다. 대부분 여성들이 남성의 수보다 훨씬 많다. 둘째,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단합이 잘되어 줄땡기기에서 이기겠다는 목적의식이 강하다. 셋째, 힘에서도 여성이 남성들의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술기운이 몸을 감돌며 힘이 풀려나갈 즈음이면 남성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남성들의 수를 제한한다든가, 힘을 발휘하지 않고 적당히 여자 편으로 승리를 넘겨주는 그 이면에는 여성들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내재해 있다.

  • 들독(들돌): 마을에는 들독이 2개가 있는데, 어느 것을 어떤 방법으로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서 품삯이 달리 책정된다. 큰 들독은 가로 51㎝·세로 40㎝·높이 28㎝·둘레 160㎝·무게 117㎏이다. 작은 들독은 가로 50㎝·세로 38㎝·높이 25㎝·둘레 132㎝·무게 86㎏이다. 86㎏의 들독을 들어 올리면 벼 10섬의 새경을 받고, 117㎏의 들독을 들어 올리면 20섬의 새경을 받을 수 있다는 나름의 규약이 정해져 있다. 또한 들독을 들어 올리는 방법과 높이에 따라서 새경이 달라진다고 한다. 가슴까지 들독을 들어 올려서 어깨너머로 넘겨야 최고의 일꾼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