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공동체문화의 가치와 활용


마을숲과 풋굿을 지켜온 도곡리 동계_경북 영양

2020. 10. 5 오후 2:44
  •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 조사일 : 2016. 5. 10.

마을의 유래와 현황

일월면 도곡리는 구도실(求道室) 또는 도곡(道谷)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약400년 전 불자들이 마을 안에 절을 짓고 개척하였다 전하며, 심신 수련의 도를 닦는 마을이라 해서 구도실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연마을은 구도실, 서원골(書院谷), 웃가마실, 무곡(茂谷), 월간(月澗), 권촌마, 양지마, 음지마, 샘물내기 등이 있다. 도곡동에 신을 모시는 신당(神堂)이 있어 드나드는 이들이 많았고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산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전형적인 산촌 마을로 고추와 담배가 특산물이다. 원래 영양군 북이면(北二面) 지역이었다가 1914년에 행정구역 변경과 함께 상부곡(上部曲)과 합쳐지면서 도곡리가 되어 일월면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 도곡리에는 90가구 204명이 거주하고 있다.

공동체조직 전승 실태

도곡리 사람들은 대동계가 만들어진 시기를 마을숲이 조성된 시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마을숲은 약 450여 년 전 함양오씨 15대 선조가 마을에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대동계의 형성시기도 그 무렵이라고 믿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대동계를 ‘동계’라 불러왔으며, 상여계의 기능을 겸한다. 또한 동계 결산하는 것을 두고 “계 문서 한다”고 했다. 마을에서는 ‘당제’라 부르는 동제를 지내고 있는데 과거에는 동제를 지내는 장소가 5군데였는데 요즘은 2군데로 줄었다. 마을에서는 동제를 성황제라고도 하며, 정월대보름에 지낸다. 동제는 마을유사가 주관하는데 흔히 ‘굴뚝 차례’라고 하여 각 가정이 돌아가며 유사를 맡았다.

과거에는 제를 주관하는 도유사를 신중하게 뽑았다. 집안이 깨끗해야 하고 출산, 임신 등 신변 이상이 없어야 했다. 도유사는 성황제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였다. 제물은 비린내 없는 고기로 동태, 문어, 소고기를 올리고, 과일은 대추, 밤, 감, 배를 올렸다. 첫닭이 울면 장을 보러 갔는데, 제물을 살 때는 흥정을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상인도 값을 많이 부르지 않았다. 당제를 지낼 때는 부정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삭(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놓았다. 황토는 사람이 밟지 않은 높은 곳에서 파왔으며 도유사 집에도 3~4보 간격으로 뿌려놓는다.

제관은 유관을 쓰고 도포를 입는 등 의관을 정제하고 제사에 참여한다. 제의에 참가하는 사람은 제주와 유사 3~4인이다. 제사는 진설 후 제주가 술을 올리면 국그릇을 내리고 부복, 재배, 소지를 올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30~40분 정도가 소요되며, 각 가정마다 소지를 올려주는 것으로 끝난다.

제사를 마치고 오전 10시 무렵에 주민들이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을 겸한 음복을 시작한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다함께 윷놀이를 즐긴다. 마을에서는 매달 5일에도 잔치를 하는데, 농번기에는 2~3개월 건너뛰기도 한다. 이때가 바로 영양고추 수확시기이기 때문이다.

동계 총회는 대보름에 성황제를 지낸 후 음복하는 자리에서 진행한다. 이때는 성황계와 동계 결산을 함께 하며, 총무가 결산보고를 한다. 동계에서 운영하는 밭이 300평정도 되는데 임대료는 동계 수익금으로 삼는다. 또한 마을에서 국유림 사용을 불하받아 송이채취와 관련하여 일정한 수입을 올린다. 총회 다음날에는 농악놀이가 열린다. 농악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하고, 이때 각 가정에서 내놓은 곡식을 동계 수입으로 삼아 그릇을 구입하거나 상여틀을 수리하는 데 사용한다. 한편, 동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돈은 상여계 기능을 통해 마련한다. 주민들이 상여를 메고 가면 상주들이 상여에 돈을 꽂아주고, 묘를 만들 때도 일정한 돈을 내는데, 이것이 모두 상여계 수익이 된다.

노인회도 동계와 함께 총회를 연다. 노인회에서는 단체여행 경비와 자녀들이 찬조한 수입을 결산한다. 마을이 합쳐지기 전에는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각기 따로 살림을 꾸렸고 대동계도 아랫마을, 윗마을이 별도로 운영했다.

마을주민과 출향민이 함께하는 마을숲축제를 일궈 온 대동계

해마다 8월 둘째 주 토요일에 도곡리 구도실 마을숲에서는 마을축제가 열린다. 이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세시풍속의 하나인 ‘풋굿놀이’를 이어왔으며,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을주민과 출향민들이 함께하는 전국 유일의 마을숲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아랫말의 음보숲에는 제를 지내는 신체가 있다. 입향시조인 함양오씨가 마을숲을 만든 이유는 풍수지리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에서 마을을 좌로 감싸는 산자락과 우로 감싸는 산자락이 만나지 않아 뚫려있는 곳이 생기는데 이 지점에 따뜻함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숲을 조성하였다. 방풍숲, 바람막이, 수구막이 등의 역할을 하는 마을숲이다.

출향민과 마을주민이 공동대표를 맡아 풋굿 행사를 추진한다. 현재 마을이장은 ‘풋굿축제’ 공동대표도 겸하고 있다. 이장은 주민화합과 마을 발전에 뜻을 두고 ‘풋굿축제’를 비롯한 마을사업에 대한 열의가 높다. 풋굿 행사 역시 마을의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마을숲을 단장하는 사업을 유치하고 마을전통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도곡리 마을숲 축제는 오전 10시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성황제를 시작으로, 마을숲의 울창함을 기원하는 뜻에서 당나무에 막걸리를 먹이는 행사와 축원문 낭독에 이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주민과 각지에서 찾아온 출향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하여 옛날 목동들이 즐겨하던 ‘꼴 따먹기’ 놀이와 자갈돌을 뜨겁게 달구면서 생긴 증기로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굿’, ‘전통그네타기’ 등 향토색 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여기에 노래자랑, 장기자랑, 팔씨름대회, 각설이타령, 색소폰 연주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도곡리의 역사, 가문의 인심, 세시풍속 등 월령가 형식으로 낭송하는 가사도 소개되었다.

전통 마을숲으로 마을공동체 살린 도곡리 사람들

도곡리 마을숲은 수령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 느릅나무, 엄나무 등이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2013년 주민들과 출향민들은 마을숲 축제로 발전시켜 도곡리마을운영위원회와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마을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은 뜻하기 않게 의미 있는 상으로 이어졌다. 2013년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산림청,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유한킴벌리 공동주최)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받아 전통마을 숲으로서 산림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을주민 정구식씨는 “유서 깊은 마을숲 속에서 치러지는 ‘일월산 도곡리 마을숲 축제’는 다른 지역의 향토축제와 달리 주민들과 출향민들이 예산을 직접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행사 전반을 주도하며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게 부각된다”고 한다. 도곡리 주민들은 마을숲을 구심점으로, 전통적으로 이어온 마을공동체의 협동과 단결 정신을 회복하고 앞으로도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마을숲 축제가 향토성과 전통성을 담보한 의미 있는 축제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