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공동체문화의 가치와 활용


탑할머니와 입석_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2020. 10. 5 오후 4:10

마을 현황

  • 세대와 인구: 300가구 500여 명.
  • 역사와 유래: 공암리는 반포면의 중심지이다. 조선 말기에 공주군 반포면에 속했던 지역으로 1914년 반포면의 공암리·중산리·덕곡리·연정리·서원리·길만리가 통합되어 공암리라 하여 계룡면에 편입되었다. 1995년 공주군이 공주시와 통합되면서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가 되었다. 자연마을로는 공암, 양지, 길만동 등이 있다. 공암(孔岩)이라는 지명은 구멍이 뚫어진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 주요 소득원: 벼.
  • 마을의 특징: 마티고개는 그 아래로 터널이 관통하면서 닦여진 자동차 전용도로에 길을 내어주고 옛길이 되었으며 공암리를 지나는 길은 이따금 찾아드는 나그네와 주민들의 거리가 되었다. 공암리의 동부와 남부에는 200여m의 산지가 형성되어 있고, 북부와 서부에는 용수천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흐르고, 하천 양쪽으로 해발 고도 60여m의 충적 평야가 펼쳐져 있다. 공암리는 반포면의 중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병풍같이 둘러진 계룡산과 마을앞을 흐르는 계룡천이 있다. 용수천 주변의 평야는 벼농사 지대이고 산기슭은 밭농사 지대이다. 하천을 따라 평야 지대에 막골·수실·양지말·공암 등의 촌락이 들어서 있고 문화 유적으로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60호인 충현서원이 있다. 국도 32호선이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뻗어 북서쪽으로는 봉곡리에, 남동쪽으로는 온천리에 연결된다. 시도 23번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북동쪽으로는 송곡리에, 남서쪽으로는 국도 32호선에 연결된다.

마을공동체 전통유물 전승실태

[마을 민속과 문화 환경]

공암리에는 탑제를 올리는 탑할머니(보살탑)와 3기의 선돌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정월 열나흘에 탑제와 장승제가 행해진다. 마을주민들은 이 탑과 선돌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며 치성을 드리고 있다. 탑할머니는 마을 동쪽 뚝방 옆에 세워져 있고, 탑의 형태는 무덤형 돌탑으로 위에 머릿돌을 올려놓았다. 탑할머니를 수호하고 있는 선돌은 마을 앞 남쪽에 1기, 북쪽에 2기가 있다.

설을 쇠고 정월 초사흗날부터 마을 농악패가 이장과 함께 풍물을 치며 돈을 추렴한다. 초사흘 걸립에는 공암리의 관계 기관 및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한다. 면사무소 앞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주인장은 마을 탑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보인다. 걸립을 할 때면 먼저 회관에 봉투를 가져다준다고 넌지시 말한다. 외지로 나간 마을 사람들이나 이웃 마을에서도 자진해서 탑제 성금을 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당일 오후 걸립이 끝나면 마을회의에서 제관을 뽑는다. 제관은 제물을 준비하는 제주와 헌작을 담당할 헌관·축관으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제주는 생기복덕을 가려 따지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엄격하게 금기를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는 상갓집에 가서는 안 되고, 마을의 젊은 사람 중 부정탄 이는 참여할 수 없다고 하는데, 특히 달거리를 하는 여성들은 제의 참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제관 4명이 정해져 있으며, 축관은 글을 잘 읽는 사람으로 정한다. 이장이 의무적으로 초헌관을 맡고, 헌관과 축관은 새마을지도자와 노인회장이 역할을 분담하여 맡는다.

탑할머니 옆에 세워진 비석은 보살탑열기(菩薩塔閱記, 1989년)인데, 탑할머니를 모시게 된 경위와 탑할머니의 유래가 적혀 있다. 또 노인회장이 탑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자료를 갖고 있다.

잡제는 지금부터 약 350여 년 전 조선 인조 때 보살이 현몽하여 묘를 써주라고부탁하자 마을 사람들이 돌로 탑을 쌓아 묘를 만들고 장례를 지내주면서 시작되었다. 탑 속에는 목탁과 염주가 부장품으로 들어있다. 그 후 마을에서는 전염병과 같은 질병 등의 재앙을 막을 수 있었고, 삶 속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나 겨울철 저온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는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넘어야 할 재난을 몰아내준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매년 정월 열나흘 저녁에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제수를 마련하여 제를 올려 추모해왔다. 그 후 150여 년 전 어느 날 보살이 다시 나타나 현몽하기를 “나의 무덤인 석탑을 개울 건너편(지금의 위치)으로 속히 옮겨 달라”하여 마을 사람들이 협심하여 옮겼다. 그날 밤 큰 비가 내려 그전 탑자리는 흔적도 없이 수해를 입었으나, 마을에는 수해가 전혀 없었다. 보살이 공암마을의 홍수 피해를 미리 막아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보살의 덕이라고 생각하고 보살의 칭호를 탑할머니로 부르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모셔 추모하고 있다.

탑제는 저녁 7시 무렵에 시작해서 9시경까지 2시간 정도 지낸다. 남쪽 입석에서 북쪽 입석으로 이동하며 탑할머니 앞에서 제를 올린다. 탑할머니가 보살이었기 때문에 육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백설기 시루 위에 쌀을 담아 초를 꽂은 후 마른 명태를 걸어 놓는다. 삼색 과일과 무탕을 올리며, 나물과 메는 올리지 않는다. 진설을 마치면 초헌관인 이장이 엎드려 술잔을 받아 올린 후 재배한다. 초헌·아헌·종헌을 마치면 제관이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대동소지를 올리고 희사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써서 소지를 올려준다.

척사대회는 대보름날 마을에서 노는 윷놀이를 일컫는 것으로 마을회관에 남녀가 함께 모여 논다. 윷의 크기는 대략 15㎝이고 “1등에서 5등까지는 상품으로 새끼 돼지를 받는데 1등 한 사람은 술을 내고 다음 해에 돼지 한 마리를 희사해야 해서 1등 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고 한다. 이 윷놀이에 참여한 사람 모두에게는 상품을 마련해서 주는데, 이러한 놀이가 이장의 권위를 세우고 지도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힘이 되며, 동네 화합이 잘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공동체 민속 유물]

  • 돌탑: 탑할머니는 공암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다. 자연석을 무덤처럼 쌓아 올린 형태이다. 높이 180㎝·위 둘레 650㎝·아래 둘레 1,120㎝이고 탑 위에는 길이 40㎝·정면 30㎝·측면 15㎝의 자연석을 얹어 놓았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이 탑의 머릿돌이 한 국가의 상징인 국기나 어두운 곳을 환히 밝혀주는 촛불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탑제 지내기 며칠 전부터 돌탑에 금줄을 두르고 머릿돌에 창호지로 옷을 입힌다. 탑 위에 동그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사람으로 말하면 머리라고 한다. 제보자는 “탑 할머니도 머리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면서, 그래서 머리에 고깔을 씌우고 새 옷을 입혀 드린다고 한다. 금줄은 액막이와 신성한 곳을 의미하는 기능이 있다. 공암리 탑할머니에게 두르는 금줄은 길이가 20m 정도 된다. 금줄을 두르는 것은 잡귀를 물리치고, 마을에 들어오는 재액을 막는 의미가 있다. 왼새끼를 꼬아서 탑할머니 몸에 세 바퀴를 감고 머리에는 한지로 고깔을 씌워 제의 지낼 준비를 마친다. 탑할머니 옆에는 용수천이 바라다 보이는 육모정이 있다.

  • 입석(수호신): 입석은 마을 앞 남쪽과 북쪽에 각각 위치하고 하는데, 남쪽 입석은 탑할머니로부터 남쪽으로 500m 떨어진 도로변 산 밑에 1기가 서 있다. 형태는 직사각형의 돌기둥으로 머리에는 정초에 옷을 입힌 한지와 왼새끼를 두른 모습이 남아 있다. 입석은 길이 120㎝·정면 23㎝·측면 11㎝이다.
    북쪽 입석은 2기가 나란히 서있는데, 탑할머니로부터 북쪽으로 250m 지점에 있다. 입석은 240㎝ 간격을 두고 서 있는데, 머리에는 한지로 옷을 입혀 놓았고 금줄을 둘렀다. 원래 왼쪽의 입석만 마을에서 모셨던 것이고, 오른쪽의 입석은 개인이 고사를 지내던 것으로, 그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방치되자 마을에서 모셔와 지금의 위치에 짝을 맞춰 놓았다. 왼쪽 입석은 길이 170㎝·정면 72㎝·측면 28㎝·둘레 172㎝이고, 오른쪽 입석은 길이 141㎝·정면 34㎝·측면 38㎝·둘레 150㎝이다.
  • 공암굴: 공암리의 고청봉 아래에 있는 자연동굴로 높이 660㎝·정면 360㎝이다. 서씨 중시조인 조선 중기의 학자 서기(徐起)가 이 지역에서 서당을 열고 후학을 양성하면서 한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동굴을 찾아 제자를 가르쳤다고 전한다. 중시조의 호인 고청(孤靑)을 따서 서고청굴 또는 고청굴이라고 한다. 굴 내부에는 불을 피운 흔적으로 검게 그을려 있는데, 치성을 드리기 위하여 제단을 삼았던 흔적으로 보인다.
  • 척사대회: 대보름에 노는 윷놀이로, 윷의 길이는 15㎝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