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공동체문화의 가치와 활용


농촌 전통공동체의 성격과 가치

2020. 9. 23 오후 6:01

농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 공동체는 집단주의, 연줄주의, 친분주의에 바탕을 둔 사회조직이다. 곧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하는 집단주의, 특수한 대인관계를 기초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연줄주의, 가까운 개인의 사적 유대를 강조하는 친분주의 등이 전통적인 사회 조직의 주요 원리들로 제시되고 있다. 이수행(2015) 역시 전통적인 공동체는 마을 단위의 호혜적인 상부상조의 협동을 통해 그 구성원 모두가 안정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사는 공생의 공동체를 지향해 왔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공동체는 마을 단위의 호혜적인 상부상조의 협동을 통해 그 구성원 모두가 안정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사는 공생의 공동체를 지향해 왔다. 이런 전통적 공동체가 약화된 원인을 관련 연구자들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제 식민정책과 함께 시행된 마을 해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분석한다. 또한 기존 전통 공동체 관련 연구들은 본격적인 전통적 차원의 공동체 형태의 시작을 조선시대 전후로 정리한다. 이런 관점의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로써 향도(香徒), 두레 그리고 계(契) 등을 제시되고 있다. 최우영(2006)의 논의에 따르면 먼저 향도는 전통적 농민 조직의 원초적 형태로서 제시된다. 고려시대 기불(祈佛)단체에서 출발하여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촌락사회에 밀착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향도의 기능은 크게 종교적 결사체로서의 성격과 더불어, 지역 중심의 공동체를 계승하고 있는 음사(陰祀), 사신(祀神)향도계, 상호부조적 형태의 향도계, 지역적 결합 없이 공역(公役)과 잡무에 동원되는 걸인 등의 조직 등으로 구분되었다.

최우영(2006)은 향도 조직을 종교적 성격도 잔존하였던 형태로 파악한다. 리(理), 촌(村) 등 지역을 기반으로 7~9인에서 100여인 또는 40~50호 정도의 상천민으로 구성된 지역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은 공동의 노역, 마을 잡역, 마을의 제사, 관혼상장 등의 부조 등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통해 보면 규칙성과 조직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종교적 성격과 지역적 혹은 특정 목적의 공동체적 성격이 혼재함에도 불구하고, 향후 발생하는 조선후기의 농민조직의 모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지며, 공동노동조직으로서의 ‘두레’나 여러 목적 지향으로 분화된 ‘계’ 등은 그렇게 분화된 공동체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두레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농민조직으로 동계가 2~3개의 자연촌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하여 두레는 하나의 자연촌을 단위로 하는 공동체 조직이었다. 일반적으로 두레는 상호부조 기능 중 공동노동기능을 전문화시킨 조직으로 이해된다. 두레 관련 연구자들은 조선 전중기나 그 이전에도 공동노동을 위한 조직들은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으나 고유 명사로서 두레가 출현한 것은 조선 후기 이앙법 등의 등장으로 증대한 생산력의 결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두레는 변화된 논농사에서 요구되는 집중화된 노동력 수요의 증가와 이에 부합하려는 사회적 수요에 따라 발생했다고 정리한다. 이에 따라 두레는 이전의 농민 조직에 비해 규모나 체계성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두레의 노동력 동원방식은 강제성을 지녔으며 민주적 방식으로 역원을 뽑아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여 운영하였다.

마지막으로 계는 앞선 조직들과는 달리 고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정한 ‘기금’을 조성하여 운영된다. 계 기금은 초기에는 곡물, 면포 등 현물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차 화폐경제가 확산된 후기로 갈수록 현금으로 일원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계는 계원들의 상호출자에 의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수단으로 특정의 목적과 이익을 조직적 차원에서 달성하고자 했다. 계는 이전의 농민조직과 달리 특정화된 목적, 선택적, 의도적 가입, 평등한 성원자격이라는 면에서 결사체에 매우 근접하였다.

초기에 신분이 자격요건이 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 역시 19세기 이후로 유명무실해졌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계가 평등과 자율의 원리에 기초하였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정리하기도 한다. 계는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대표부’, ‘집행부’, ‘사역인’ 3계층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이 중 계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계 조직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 집행부 중심의 조직이라는 점인데 이는 유사라 불리는 집행부가 계 조직의 운영,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데 기인한다. 또한 유사 업무의 경우 특별한 자격제한 없이 계원들이 교대로 맡았으며, 이는 이전 조직과 달리 계 조직 구성이 공동체적 위계나 신분적 위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